하나님은 아브람에게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자신이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익숙한 곳을 떠나라는 명령과 함께 약속도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을 큰 민족으로 만들고 복을 주어 그의 이름을 크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브람을 축복하는 사람에게 복을 주고 그를 저주하는 사람을 심판하며, 땅의 모든 집안이 그를 통해 복을 얻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브람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떠났습니다. 조카 롯도 함께했습니다. 그때 아브람은 일흔다섯 살이었습니다. 그는 아내 사래와 롯, 하란에서 모은 재산과 함께 있던 사람들을 데리고 가나안을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가나안에 도착한 아브람은 세겜의 모레 상수리나무가 있는 곳까지 갔습니다. 당시 그 땅에는 가나안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나타나 이 땅을 그의 자손에게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브람은 자신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을 위해 그곳에 제단을 쌓았습니다.
아브람이 받은 말씀에는 목적지의 이름이 먼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보여 줄 땅이라는 약속만 듣고 떠나야 했습니다. 떠나야 할 대상은 한 지역만이 아니라 태어나 자란 나라와 친족, 아버지 집까지 포함했습니다. 그와 함께 길을 나선 사람들에게도 하란을 떠나는 결정은 가축과 재산과 생활의 터전을 모두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아브람은 목적지를 다 본 뒤 순종한 것이 아니라 말씀을 듣고 먼저 출발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복은 아브람 한 사람의 평안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에게서 큰 민족이 나오고 그의 이름이 알려지며, 마침내 땅의 모든 집안이 그를 통해 복을 얻는다는 약속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브람을 대하는 태도에도 하나님이 응답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아직 자녀도 없고 가나안 땅을 소유하지도 않은 아브람에게 후손과 땅과 넓은 복이 한꺼번에 약속되었습니다.
세겜에 이르렀을 때 그 땅은 비어 있지 않았습니다. 가나안 사람들이 이미 살고 있었지만 하나님은 바로 그곳에서 아브람의 자손에게 이 땅을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브람은 성이나 집을 세우지 않고 제단을 쌓았습니다. 이어 벧엘과 아이 사이에서도 장막을 치고 제단을 세웠습니다. 그는 아직 땅을 차지한 왕이 아니라 장막을 옮기는 나그네였지만, 가는 곳에서 자신을 부르신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아브람의 이동에는 한 번에 목적지에 도착해 정착하는 모습이 없습니다. 가나안에 들어간 뒤에도 세겜에서 벧엘 동쪽 산지로, 다시 네겝 방향으로 계속 옮겨 갔습니다. 그가 세운 것은 영구적인 왕궁이 아니라 옮길 수 있는 장막이었고, 땅에 남긴 반복적인 행동은 하나님께 제단을 쌓는 일이었습니다.
롯은 하나님의 명령에서 따로 이름이 불린 사람은 아니었지만 아브람과 함께 떠났습니다. 사래와 롯 외에도 하란에서 얻은 사람들과 재산이 이동했으므로 긴 행렬이었을 것입니다. 다만 본문은 여행의 어려움이나 걸린 날짜를 알려 주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하란을 나서 가나안을 목표로 출발했고 실제 그 땅에 들어왔다는 사실입니다.
아브람은 다시 벧엘 동쪽 산지로 옮겼습니다. 서쪽에는 벧엘, 동쪽에는 아이가 있는 곳에 장막을 쳤습니다. 그는 그곳에서도 하나님께 제단을 쌓고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 뒤 아브람은 장막을 거두며 점차 남쪽 네겝으로 이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