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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3–9장

에스더가 자기 백성을 위하여 왕 앞에 서다

아하수에로 왕은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의 지위를 높여 모든 대신보다 높게 세웠습니다. 왕의 문에 있던 왕의 신하들은 왕의 명령대로 하만에게 무릎을 꿇고 절했습니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무릎을 꿇지도 절하지도 않았습니다. 신하들이 날마다 그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모르드개는 자신이 유다 사람이라고 알렸습니다.

하만은 모르드개가 절하지 않는 것을 보고 분노했습니다. 모르드개 한 사람만 해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는 아하수에로 왕의 온 나라에 흩어져 사는 유다 사람들을 모두 없앨 방법을 찾았습니다. 하만은 첫째 달에 제비, 곧 부르를 뽑아 그 일을 실행할 날을 정했고, 열두째 달 아달월 십삼 일을 택했습니다.

하만은 왕에게 어느 민족이 여러 지방에 흩어져 살며 다른 백성과 다른 법을 지키고 왕의 법도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을 그냥 두는 것은 왕에게 이롭지 않다고 했습니다. 왕이 좋게 여기면 그들을 없애라는 조서를 내리고, 자신은 은 만 달란트를 왕의 국고에 바치겠다고 했습니다. 왕은 자기 손가락에서 인장 반지를 빼어 하만에게 주고, 돈과 백성은 하만이 좋게 여기는 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왕의 서기관들은 첫째 달 십삼 일에 하만의 명령을 각 지방의 관리와 각 민족의 지도자에게 각 지방의 글과 각 민족의 말로 썼습니다. 조서에는 아달월 십삼 일 하루에 젊은이와 늙은이, 어린아이와 여자를 가리지 말고 모든 유다 사람을 죽이고 없애며 재산을 빼앗으라고 적혔습니다. 그 조서는 수산 성에도 공포되었습니다. 왕과 하만은 함께 앉아 술을 마셨지만 수산 성은 어지러웠습니다.

모르드개는 일어난 모든 일을 알고 옷을 찢고 굵은 베 옷을 입으며 재를 뒤집어썼습니다. 그는 성 한가운데로 나가 크게 슬피 울었습니다. 유다 사람들이 사는 모든 지방에서도 금식과 울음과 애통이 일어났습니다. 많은 사람이 굵은 베 옷과 재 위에 누웠습니다.

에스더의 궁녀들과 환관들이 모르드개의 모습을 알리자 에스더는 몹시 괴로워했습니다. 그는 모르드개에게 옷을 보내 입히려 했지만 모르드개는 받지 않았습니다. 에스더는 환관 하닥을 보내 무슨 일인지 알아보게 했습니다. 모르드개는 하만이 말한 은의 액수와 조서 사본을 하닥에게 주며, 에스더가 왕에게 나아가 자기 백성을 위하여 간청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에스더는 왕이 부르지 않았는데 안뜰로 나아가는 사람은 남녀를 막론하고 죽이는 법이 있으며, 왕이 금 홀을 내밀어야만 산다고 전했습니다. 자신은 삼십 일 동안 왕에게 부름을 받지 못했다고도 했습니다. 모르드개는 에스더에게 왕궁에 있다고 혼자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때 잠잠하면 다른 곳에서 유다 사람에게 도움과 구원이 일어나겠지만, 에스더와 그의 집은 멸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왕비가 된 것이 바로 이런 때를 위한 일인지 누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에스더는 수산에 있는 유다 사람들을 모아 사흘 동안 자신을 위해 금식해 달라고 했습니다. 밤낮으로 먹지도 마시지도 말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에스더도 궁녀들과 함께 같은 금식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뒤 법을 어기고 왕에게 나아가겠으며, 죽게 되면 죽겠다고 말했습니다. 모르드개는 에스더가 명령한 대로 했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에스더는 왕비의 옷을 입고 왕궁 안뜰에 섰습니다. 왕은 왕좌에 앉아 있다가 에스더를 보고 그를 반갑게 여겼습니다. 왕은 손에 든 금 홀을 에스더에게 내밀었고, 에스더는 다가가 홀 끝에 손을 댔습니다. 왕은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으며 나라의 절반까지도 주겠다고 했습니다. 에스더는 왕과 하만을 자신이 마련한 잔치에 초대했습니다.

첫 잔치에서 왕은 에스더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에스더는 왕과 하만이 다음 날에도 자신이 마련할 잔치에 와 달라고 청했습니다. 하만은 그날 기뻐하며 나왔지만, 왕의 문에서 모르드개가 일어나지도 흔들리지도 않는 것을 보고 분노했습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친구들에게 자기 영화와 왕에게 높임 받은 일을 말하고, 모르드개가 왕의 문에 있는 한 그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의 아내와 친구들은 높이 오십 자 되는 나무를 세워 모르드개를 달아 달라고 왕에게 청하라고 했고, 하만은 그 말을 좋게 여겨 나무를 세웠습니다.

그날 밤 왕은 잠이 오지 않아 역대 일기를 가져와 읽게 했습니다. 왕을 죽이려던 문지기 빅다나와 데레스의 일을 모르드개가 알렸다는 기록이 나왔습니다. 왕은 모르드개에게 무슨 영광과 존귀를 베풀었느냐고 물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바로 그때 하만이 모르드개를 달아 달라고 말하려고 궁정 바깥뜰에 들어왔습니다.

왕은 하만에게 왕이 높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하만은 왕이 높이고 싶은 사람이 자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왕이 입으신 옷과 왕이 타신 말을 입히고 태워 성 안 광장으로 다니며 왕이 높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한다고 외치게 하라고 했습니다. 왕은 하만에게 그 모든 일을 유다 사람 모르드개에게 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하만은 모르드개에게 왕의 옷을 입히고 말을 태워 광장을 다니며 외친 뒤, 슬퍼하며 머리를 싸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두 번째 잔치에서 왕은 에스더에게 소원을 말하라고 했습니다. 에스더는 자기와 자기 백성의 생명을 달라고 청했습니다. 자신과 백성이 죽임을 당하고 멸절되도록 팔렸다고 말했습니다. 왕이 누가 감히 이런 일을 하였느냐고 묻자 에스더는 원수와 대적은 이 악한 하만이라고 말했습니다. 왕이 뜰로 나가자 하만은 에스더의 목숨을 구하려고 왕비가 기대어 있던 자리에 엎드렸습니다. 왕이 돌아와 이를 보고 분노했고, 신하 하르보나는 하만이 모르드개를 위해 세운 나무를 알렸습니다. 왕은 하만을 그 나무에 달라고 명령했습니다.

왕은 하만의 집을 에스더에게 주고, 모르드개에게는 하만에게서 거둔 인장 반지를 주었습니다. 에스더는 다시 왕 앞에 엎드려 유다 사람을 없애려 한 하만의 악한 계책을 막아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왕은 이미 쓴 조서는 되돌릴 수 없다고 하면서도, 유다 사람의 이름으로 왕의 인장으로 새 조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모르드개는 셋째 달 스완월 이십삼 일에 각 지방과 민족의 글과 말로 새 조서를 썼습니다.

새 조서는 모든 성읍의 유다 사람들이 모여 자기 생명을 지키고, 그들을 치려는 어떤 백성이나 지방의 군대를 멸하고 그 재산을 빼앗을 수 있게 했습니다. 그 날도 아달월 십삼 일이었습니다. 모르드개는 왕 앞에서 푸르고 흰 옷과 큰 금관과 자주색 베 겉옷을 입고 나왔고, 수산 성은 기뻐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유다 사람들에게는 빛과 기쁨과 즐거움과 영광이 있었습니다.

아달월 십삼 일에 유다 사람들은 자신들을 해치려는 사람들에게 맞섰습니다. 수산 성에서만 오백 명이 죽었고 하만의 열 아들도 죽었습니다. 다른 지방의 유다 사람들도 함께 모여 원수들에게서 자신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재산에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수산의 유다 사람들은 왕의 허락을 받아 다음 날에도 맞서 싸웠고, 하만의 열 아들의 시신은 나무에 달렸습니다.

지방에 있던 유다 사람들은 아달월 십삼 일에 맞서 싸운 뒤 십사 일에 쉬며 잔치와 기쁨의 날로 삼았습니다. 수산의 유다 사람들은 십사 일까지 맞서 싸우고 십오 일에 쉬며 잔치와 기쁨의 날로 삼았습니다. 모르드개는 이 일을 기록하고 모든 지방의 유다 사람들에게 해마다 아달월 십사 일과 십오 일을 지키라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 날은 유다 사람들이 원수들에게서 쉼을 얻고 슬픔이 기쁨으로, 애통이 잔치로 바뀐 날이었습니다.

유다 사람들은 모르드개가 편지로 정한 일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하만이 유다 사람을 없애려고 부르, 곧 제비를 뽑아 그들을 멸하고 죽이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왕비가 왕 앞에 나아간 뒤, 왕은 하만의 악한 계책이 그의 머리로 돌아가게 했고 그와 그의 아들들을 나무에 달게 했습니다. 유다 사람들은 그 제비의 이름을 따라 이 날들을 부림절이라고 불렀습니다. 에스더 왕비와 유다 사람 모르드개는 편지로 이 날들을 해마다 정한 때에 지키게 했고, 부림절은 그들의 자손과 그들과 함께한 사람들 가운데 끊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