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눈을 들어 보니 에서가 사백 명을 거느리고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녀들을 레아와 라헬과 두 여종에게 나누어 맡겼습니다. 여종들과 그 자녀들을 앞에, 레아와 자녀들을 그다음에, 라헬과 요셉을 가장 뒤에 세웠습니다.
야곱은 가족보다 앞서 나아갔습니다. 형에게 가까이 가는 동안 땅에 일곱 번 몸을 굽혀 절했습니다. 에서는 야곱을 향해 달려와 껴안고 목을 끌어안아 입 맞추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울었습니다.
에서가 여자들과 아이들이 누구인지 묻자 야곱은 하나님이 자신에게 은혜로 주신 자녀들이라고 답했습니다. 여종들과 아이들, 레아와 아이들, 요셉과 라헬이 차례로 나아와 절했습니다. 에서는 앞서 만난 가축 떼의 뜻도 물었습니다. 야곱은 형의 환심을 얻으려 보낸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에서는 자기에게도 넉넉하니 야곱의 것은 그대로 두라고 했습니다. 야곱은 형의 얼굴을 보니 자신을 반갑게 맞아 준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듯하다며 선물을 받아 달라고 거듭 청했습니다.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셔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모두 있다고 했습니다. 에서는 마침내 선물을 받았습니다.
에서는 함께 떠나자고 했지만 야곱은 어린 자녀와 젖 먹이는 가축 때문에 천천히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에서가 사람 몇을 남겨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야곱은 사양했습니다. 그날 에서는 길을 떠나 세일로 돌아갔고, 야곱은 숙곳으로 가서 집과 가축 우리를 지었습니다.
야곱은 에서가 많은 사람과 함께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가족을 나눈 순서는 그가 누구를 더 가까이 보호하려 했는지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맨 뒤에 숨지 않고 모두보다 앞에 나갔습니다. 일곱 번 절한 행동은 형에게 자신을 낮추고 평화를 구하는 태도였습니다.
에서는 야곱이 예상한 것처럼 칼을 들고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달려온 것은 같지만 목적은 끌어안고 입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헤어진 두 사람의 첫 말보다 포옹과 눈물이 먼저 나왔습니다. 가족들도 에서 앞으로 나와 차례로 절했고, 야곱은 자녀들을 자신의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이 은혜로 주신 사람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야곱은 앞서 보낸 가축을 단순한 예물이 아니라 형에게 받아들여지기를 구하는 선물로 설명했습니다. 에서가 거절해도 거듭 권한 것은 선물을 받는 행동이 화해를 확인하는 표시였기 때문입니다. 에서는 야곱의 것을 탐내지 않았고, 야곱도 하나님의 은혜로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화해했지만 한곳에 함께 정착하지는 않았습니다. 서로의 형편에 맞추어 별도의 길을 택했고, 에서는 그날 자기 땅으로 돌아갔습니다.
에서가 함께 가자고 제안했을 때 야곱은 무리 전체의 속도를 설명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있고 양과 소 가운데에는 젖을 먹이는 어미가 있어 하루만 무리하게 몰아도 가축 떼가 죽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은 가축과 아이들의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가겠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에서의 빠른 행렬과 야곱 가족의 이동 형편이 서로 달랐음을 보여 줍니다.
야곱은 세일에서 형을 만나겠다고 말했지만 이 범위 안에서 그곳에 도착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숙곳에 머문 뒤 세겜으로 이동합니다. 숙곳이라는 이름은 그가 가축을 위해 지은 우리들과 연결됩니다. 세겜에서는 처음으로 장막 친 땅을 값을 치르고 사서 가나안 안에 작은 소유지를 얻었습니다.
야곱은 가나안의 세겜 성에 무사히 도착해 성 앞에 장막을 쳤습니다. 장막을 친 땅을 하몰의 아들들에게서 은 백 닢에 샀습니다. 그곳에 제단을 세우고 ‘하나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