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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1:1–9

바벨탑

온 세상이 한 언어와 같은 말을 쓰던 때였습니다. 사람들이 동쪽으로 옮겨 다니다가 시날 땅에서 넓은 평지를 발견하고 그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들은 돌 대신 벽돌을 구워 쓰고, 회반죽 대신 역청을 사용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힘을 모아 도시를 세우고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탑도 만들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자신들의 이름을 떨치고 온 땅에 흩어지지 않으려 했습니다. 벽돌을 만들고 차곡차곡 쌓는 일은 그들의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들이 세우는 도시와 탑을 보러 내려오셨습니다. 한 백성이 한 언어를 쓰며 이 일을 시작했으니 앞으로 하려는 일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의 말을 뒤섞어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시날 평지는 사람들이 이동을 멈추고 한곳에 모여 살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그들은 주변에서 바로 얻는 돌을 쌓은 것이 아니라 흙을 빚어 벽돌을 만들고 불에 단단히 구웠습니다. 서로 같은 말을 알아들었기에 재료를 만들고 옮기며 큰 공사를 함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와 탑은 단순한 거처를 넘어 자신들이 누구인지 드러낼 공동의 사업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이 명령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 만들자”라고 서로 독려했습니다.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온 땅으로 흩어지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떨치고 한곳에 계속 모여 있으려 했습니다. 하늘에 닿겠다고 세운 탑은 사람들의 눈에는 높았지만, 하나님이 그것을 보시기 위해 내려오셨다고 묘사됩니다. 하나님은 벽돌이나 건축 기술 자체를 문제 삼지 않으셨습니다. 한 백성, 한 언어, 한 계획으로 묶인 그들이 이제 시작했으니 뜻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상태를 보셨습니다.

말이 뒤섞이자 바로 곁에서 일하던 사람들조차 지시와 대답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공동의 계획을 이어 갈 수 있던 조건이 사라졌고, 함께 세우던 작업도 멎었습니다. 그들이 피하려 했던 바로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곳에 모여 이름을 내려던 사람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떠나 온 땅에 퍼졌습니다.

사람들이 만들려 한 것은 탑 하나만이 아니라 탑을 중심으로 한 도시였습니다.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는다는 말은 실제 높이를 수치로 알려 주는 표현이 아니며, 그들이 얼마나 큰 이름과 안전을 얻고 싶어 했는지를 드러냅니다. 본문은 그 탑을 하나님께 예배하려는 장소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직접 밝힌 목적은 자기 이름을 내고 흩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혼자 말씀하시는 형식이 아니라 “내려가서 그들의 말을 뒤섞자”라고 하셨습니다. 창조 때 사람이 온 땅에 가득해지도록 주어진 방향과 달리, 이들은 한곳에 머무르는 일을 안전으로 삼았습니다. 하나님이 그들의 언어를 없애신 것이 아니라 서로 알아듣지 못하도록 나누셨고, 그 결과 여러 무리가 각기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바벨이라는 지명은 거대한 탑의 완성을 기념하는 이름이 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말이 뒤섞이고 공사가 멈춘 일을 기억하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높이려고 시작한 사업의 마지막에 남은 것은 완공된 도시가 아니라 중단된 현장과 흩어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함께 도시를 세울 수 없었습니다. 그곳의 이름은 말이 뒤섞였다는 뜻과 연결되어 바벨이라고 불렸습니다. 하나님은 그곳에서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으셨습니다. 그들이 세우던 도시는 끝내 완성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