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라는 사사기 4장에서 이미 선지자이자 이스라엘의 사사로 일하던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는 랍비돗의 아내라고 소개되지만 부모와 자녀, 출생지, 어린 시절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드보라가 어떻게 그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도 본문은 설명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처음 보여 주는 것은 에브라임 산지의 라마와 벧엘 사이에 있는 종려나무 아래에 앉은 드보라와, 재판을 받으러 그에게 올라오는 이스라엘 사람들이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그는 백성의 다툼과 판단을 맡는 공개적인 책임을 지고 있었다.
그때 이스라엘은 에훗이 죽은 뒤 다시 하나님 앞에서 악을 행했고, 하솔을 다스리는 가나안 왕 야빈의 지배 아래 놓였다. 야빈의 군대에는 철 병거 구백 대가 있었고 이스라엘은 이십 년 동안 심한 억압을 받았다. 그 군대의 지휘관은 시스라였다. 백성은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드보라의 전쟁 이야기는 한 사람이 갑자기 명예를 얻는 장면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랜 억압과 군사력의 차이, 그리고 도움을 구하는 공동체 속에서 이미 사사로 일하던 사람이 다음 행동을 요구받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드보라는 납달리 게데스에 있던 아비노암의 아들 바락을 사람을 보내 불렀다. 그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납달리와 스불론 자손 만 명을 이끌고 다볼산으로 가라고 명령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하나님이 야빈의 지휘관 시스라와 그의 병거와 군대를 기손강으로 이끌어 내어 바락의 손에 넘기실 것이라고 말했다. 드보라는 직접 군대의 지휘관이 되겠다고 하지 않았고, 바락에게 맡겨진 명령과 약속을 분명히 전했다. 그의 선지자 역할과 사사 역할은 이 소집 장면에서 전쟁의 방향을 제시하는 일로 이어졌다.
바락은 드보라가 함께 가면 자신도 가겠지만 그가 가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드보라는 반드시 함께 가겠다고 하면서도, 바락이 가는 길에서 영예를 얻지 못하고 하나님이 시스라를 한 여인의 손에 넘기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락과 함께 게데스로 갔다. 바락이 스불론과 납달리 사람들을 모으자 만 명이 그를 따라 올라갔고 드보라도 함께했다. 본문은 바락의 요청이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드보라의 동행을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확인으로 여겼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알려진 것은 그가 동행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드보라가 실제로 갔다는 사실이다.
시스라는 바락이 다볼산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철 병거 구백 대와 전군을 하로셋 학고임에서 기손강으로 불러 모았다. 이때 드보라는 바락에게 일어나라고 했다. 바로 그날 하나님이 시스라를 그의 손에 넘기셨으며 앞서 나가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바락은 만 명을 이끌고 산에서 내려갔다. 하나님이 시스라의 병거와 군대를 혼란에 빠뜨리자 시스라는 병거에서 내려 걸어서 달아났다. 바락은 군대를 추격했고 시스라의 병력은 모두 쓰러졌다. 전투 장면에서 드보라는 칼을 드는 사람으로 묘사되지 않지만, 출발해야 할 때를 알리고 약속을 다시 말한 사람으로 서 있다.
도망친 시스라는 이스라엘 진영이 아니라 겐 사람 헤벨의 아내 야엘의 장막으로 갔다. 야빈과 헤벨의 집안 사이에 평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야엘은 시스라를 장막 안으로 들이고 우유를 마시게 한 뒤 덮어 주었다. 그가 지쳐 잠들자 야엘은 장막 말뚝과 방망이를 들어 그의 관자놀이에 박아 죽였다. 뒤쫓아 온 바락은 야엘의 장막에서 죽은 시스라를 보았다. 드보라가 앞서 시스라가 한 여인의 손에 넘겨질 것이라고 한 말은 드보라 자신이 마지막 공격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야엘이 시스라를 죽이는 장면에서 이루어졌다.
시스라가 죽은 날 곧바로 야빈의 모든 권력이 사라졌다고 본문은 말하지 않는다. 그날 하나님이 이스라엘 앞에서 야빈을 굴복시키셨고, 그 뒤 이스라엘의 힘이 점점 더 강해져 마침내 야빈을 없앴다고 기록한다. 전투의 결정적인 전환과 오랜 압제의 완전한 끝 사이에는 과정이 있었다. 드보라의 역할도 한 번의 명령으로 모든 일이 마무리된 이야기라기보다, 재판하던 시기와 군대를 소집한 시기, 전투가 벌어진 날, 승리를 해석해 노래한 때로 이어진다.
그날 드보라는 바락과 함께 노래했다. 사사기 5장의 노래는 4장의 이야기를 단순히 같은 문장으로 반복하지 않는다. 지도자들이 이끌고 백성이 자원한 일을 찬양하며, 하나님이 세일에서 나오실 때 땅이 흔들리고 하늘과 구름에서 물이 쏟아졌다고 노래한다. 길이 비고 사람들이 샛길로 다니던 때, 드보라는 자신이 일어나기까지 이스라엘의 마을 생활이 멈추었다고 말하며 자신을 이스라엘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이것은 그의 출산 기록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공동체를 돌보고 일으킨 역할을 노래로 표현한 말이다.
노래는 드보라 혼자만을 중심에 두지 않는다. 그는 자원해 나온 지도자와 백성을 찬양하고, 전쟁에 참여한 에브라임과 베냐민, 므낫세 계통의 마길, 스불론과 잇사갈과 납달리를 언급한다. 반대로 르우벤이 양 떼 사이에 머문 일, 길르앗이 요단 건너편에 있던 일, 단과 아셀이 움직이지 않은 일을 묻는다. 스불론과 납달리는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고 노래한다. 드보라의 승리 노래는 영웅 한 명의 공적으로 전쟁을 줄이지 않고, 누가 자원했고 누가 머물렀는지를 공동체의 기억 속에 남긴다.
드보라와 바락은 가나안 왕들이 므깃도 물가 다아낙에서 싸웠지만 전리품을 얻지 못했다고 노래한다. 별들이 시스라와 싸우고 기손강이 적들을 휩쓸었다는 시적 표현도 이어진다. 사사기 4장은 하나님이 군대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말하고, 5장은 그 승리를 땅과 하늘과 물이 함께 움직이는 노래로 들려준다. 드보라의 말은 전쟁을 단순한 병력의 승리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철 병거를 앞세운 군대가 무너진 일을 하나님이 앞서 행하신 구원으로 기억하게 한다.
노래 후반에서 드보라와 바락은 야엘을 장막에 사는 여인들 가운데 복된 사람이라고 부른다. 이어 시스라가 쓰러진 일을 노래하고, 시스라의 어머니가 창문에서 아들의 병거가 늦는 이유를 묻는 장면을 그린다. 그의 주변 여인들은 시스라가 여성 포로와 옷감을 전리품으로 나누느라 늦는 것이라고 상상한다. 노래는 그 기대와 이미 시스라가 죽은 현실을 나란히 놓는다. 이 거친 전쟁시는 야엘의 행동과 패배한 군대가 품었던 전리품의 기대를 숨기지 않으며, 드보라가 살던 시대의 폭력도 부드럽게 바꾸지 않는다.
노래는 하나님의 원수들이 시스라처럼 사라지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떠오르는 해처럼 힘 있게 되기를 구하는 말로 끝난다. 이어 사사기는 그 땅이 사십 년 동안 평온했다고 기록한다. 이 기간에 드보라가 계속 어떤 재판을 했는지, 바락이나 야엘과 다시 만났는지, 언제 어디에서 죽었는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성경에서 드보라의 마지막 목소리는 자신의 업적만을 칭찬하는 연설이 아니라, 자원한 백성과 전투의 전환과 야엘의 행동을 함께 기억하며 하나님께 노래하는 목소리다. 그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그 노래와 뒤따른 평온에서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