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전 전체

성경 인물전

야곱

창세기 25:19–50:14

야곱은 이삭과 리브가가 결혼한 지 오래도록 자녀를 얻지 못하다가 낳은 쌍둥이 가운데 둘째였다. 임신 중 두 아이가 뱃속에서 서로 밀치자 리브가는 하나님께 그 까닭을 물었다. 그는 두 민족이 태어날 것이며 큰 쪽이 작은 쪽을 섬길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먼저 나온 에서는 붉고 온몸에 털이 많았고, 뒤이어 나온 아이는 형의 발꿈치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 둘째는 야곱이라 불렸다. 성경은 두 형제의 어린 시절을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자란 뒤 에서는 들에서 사냥하는 사람이 되었고 야곱은 장막에 머무는 사람이 되었다. 이삭은 사냥한 고기를 좋아해 에서를 사랑했고, 리브가는 야곱을 사랑했다.

어느 날 야곱이 죽을 끓이고 있을 때 에서가 들에서 지쳐 돌아왔다. 에서는 붉은 죽을 달라고 했고, 야곱은 먼저 맏아들의 권리를 자신에게 팔라고 요구했다. 에서는 당장 배가 고픈데 그 권리가 무슨 소용이냐며 맹세했고, 야곱은 빵과 렌즈콩 죽을 주었다. 에서는 먹고 마신 뒤 일어나 떠났다. 훗날 이삭이 늙어 눈이 어두워지자 에서를 불러 사냥한 음식으로 마지막 축복을 준비하려 했다. 이 대화를 들은 리브가는 야곱에게 염소 고기를 가져오게 하고, 에서의 옷과 염소 가죽으로 아버지를 속일 계획을 세웠다. 야곱은 들킬 경우 받을 저주를 걱정했지만 어머니의 지시를 따랐다.

야곱은 자신이 에서라고 거듭 말하며 아버지에게 음식을 내놓았다. 이삭은 목소리는 야곱의 것인데 손은 에서의 것 같다고 의심했지만, 옷의 냄새와 털로 덮인 손을 확인한 뒤 그를 축복했다. 에서가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축복이 야곱에게 주어진 뒤였다. 에서는 크게 울며 자신에게도 복을 빌어 달라고 했고, 아버지가 죽은 뒤 야곱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었다. 리브가는 야곱에게 하란에 있는 외삼촌 라반에게 피하라고 했다. 그는 에서의 분노가 풀리면 사람을 보내 다시 데려오겠다고 했지만, 성경은 리브가와 야곱이 그 뒤 다시 만났다고 기록하지 않는다. 야곱은 자신이 얻은 축복을 안고도 가족과 집을 떠나야 했다.

하란으로 가던 야곱은 해가 진 곳에서 돌을 베고 잠들었다. 꿈에서 그는 땅에서 하늘까지 닿은 층계와 그 위를 오르내리는 하나님의 사자들을 보았다.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주신 땅과 자손의 약속을 야곱에게도 말씀하시고, 그가 어디로 가든 함께하며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고 하셨다. 잠에서 깬 야곱은 그곳을 두려워하며 하나님의 집과 하늘의 문이라고 불렀다. 그는 베개로 삼았던 돌을 기둥으로 세우고 기름을 부은 뒤 그곳 이름을 벧엘이라 했다. 또한 하나님이 자신을 지켜 무사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오게 하시면 하나님을 섬기고 받은 것의 십분의 일을 드리겠다고 서원했다.

하란 근처 우물에 도착한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딸 라헬을 만났다. 그는 라헬이 데려온 양 떼에 물을 먹이고 자신이 리브가의 아들이라고 밝힌 뒤 울었다. 라반은 야곱을 집으로 맞아들였다. 야곱은 라헬을 사랑해 그와 결혼하는 대가로 칠 년을 일하기로 했지만, 혼인 첫날 밤이 지난 다음 날 아침 곁에 있던 사람은 언니 레아였다. 라반은 언니보다 동생을 먼저 결혼시키지 않는 관습을 말하며, 레아와의 혼인 기간을 채운 뒤 라헬과도 결혼하고 다시 칠 년을 일하라고 했다. 야곱은 라헬과 결혼한 뒤 라반을 위해 그 기간을 더 일했다. 아버지와 형을 속였던 야곱은 하란에서 자신도 속임을 당했다.

야곱의 집에는 레아와 라헬, 두 사람의 여종 빌하와 실바 사이에서 자녀들이 태어났다. 레아는 르우벤과 시므온과 레위와 유다를 낳았고, 라헬은 자신에게 자녀가 없자 빌하를 야곱에게 주어 단과 납달리를 얻었다. 레아도 실바를 주어 갓과 아셀을 얻었고, 이어 잇사갈과 스불론과 딸 디나를 낳았다. 마침내 라헬은 요셉을 낳았다. 이 가족의 형성에는 사랑과 경쟁, 기다림과 상처가 함께 있었다. 성경은 야곱이 라헬을 레아보다 더 사랑했다고 말하고, 하나님이 사랑받지 못하는 레아가 자녀를 낳게 하셨다고 전한다. 요셉이 태어난 뒤 야곱은 라반에게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라반은 야곱이 일한 덕분에 자기 재산이 늘었다는 것을 알고 그를 붙잡았다. 두 사람은 점이 있거나 얼룩진 가축을 야곱의 품삯으로 정했지만, 라반은 조건을 여러 번 바꾸었다. 그럼에도 야곱의 가축은 많아졌고, 라반의 아들들은 야곱이 아버지의 재산을 빼앗았다고 불평했다. 하나님이 조상의 땅으로 돌아가라고 하시자 야곱은 가족과 가축을 데리고 라반 몰래 떠났다. 라헬은 아버지의 집안 신상들을 훔겼지만 야곱은 그 사실을 몰랐다. 라반이 추격해 신상을 찾았을 때 야곱은 훔친 사람이 있다면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라헬이 숨긴 신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야곱과 라반은 돌무더기를 경계로 세우고 서로 해치지 않기로 약속한 뒤 헤어졌다.

가나안에 가까워질수록 야곱은 에서를 다시 만날 일이 두려웠다. 에서가 사백 명을 이끌고 온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일행을 두 무리로 나누고, 많은 가축을 여러 떼로 나누어 형에게 선물로 먼저 보냈다. 그는 자신이 지팡이 하나만 들고 요단을 건넜으나 이제 두 무리를 이루었다고 기도하며, 에서의 손에서 구해 달라고 간구했다. 그날 밤 가족과 소유를 얍복 나루 건너편으로 보낸 뒤 야곱은 홀로 남았다. 한 사람이 날이 밝을 때까지 그와 씨름했고,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쳤다. 야곱은 축복하지 않으면 놓아주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는 하나님과 사람들과 겨루었다는 뜻에서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받았고, 그곳을 브니엘이라 불렀다. 해가 뜰 때 그는 다리를 절며 그곳을 떠났다.

야곱은 에서를 보자 가족들보다 앞서 나가 일곱 번 땅에 엎드려 절했다. 그러나 에서는 달려와 동생을 끌어안고 목을 안은 채 입을 맞추며 함께 울었다. 에서는 선물을 사양했지만 야곱은 자신의 예물을 받아 달라고 거듭 청했다. 두 형제는 함께 살거나 길을 계속 같이 가지는 않았다. 에서는 세일로 돌아갔고 야곱은 숙곳을 지나 세겜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오랫동안 두려워했던 만남은 복수나 싸움이 아니라 포옹으로 끝났지만, 각자의 집안은 서로 다른 곳으로 향했다.

세겜에서 야곱의 딸 디나가 그 땅의 통치자 아들 세겜에게 폭행을 당했다. 세겜과 그의 아버지 하몰은 디나와의 혼인을 청했고, 야곱의 아들들은 분노한 채 거짓 조건을 내놓았다. 성읍의 모든 남자가 할례를 받으면 서로 결혼할 수 있다고 말한 뒤, 남자들이 고통 중에 있을 때 시므온과 레위가 성읍을 공격해 그들을 죽이고 디나를 데려왔다. 다른 아들들은 성읍을 약탈했다. 야곱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해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며 두 아들을 꾸짖었다. 가족이 벧엘로 옮길 때 야곱은 집안사람들이 가진 이방 신상과 귀고리를 묻었다. 벧엘에서 하나님은 그를 다시 이스라엘이라 부르시고 자손과 땅의 약속을 확인하셨다.

벧엘을 떠난 뒤 라헬은 베냐민을 낳다가 죽었고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에 묻혔다. 이어 장남 르우벤이 아버지의 첩 빌하와 동침한 일이 야곱에게 알려졌다. 야곱은 마침내 헤브론에 있는 아버지 이삭에게 돌아갔고, 이삭이 백팔십 세에 죽자 에서와 함께 그를 장사했다. 그러나 야곱의 집 안에서는 또 다른 갈등이 자라고 있었다. 그는 라헬이 낳은 요셉을 다른 아들들보다 더 사랑해 특별한 옷을 지어 주었다. 형들은 요셉의 꿈과 아버지의 편애 때문에 그를 미워했고, 결국 상인들에게 팔아 이집트로 보냈다. 그들은 요셉의 옷에 염소 피를 묻혀 아버지에게 보여 주었다. 야곱은 들짐승이 요셉을 잡아먹었다고 생각하며 오랫동안 슬퍼했다.

여러 해 뒤 가나안에 기근이 들자 야곱은 아들들을 이집트로 보내 곡식을 사 오게 했다. 그는 라헬에게서 남은 아들 베냐민만은 잃을까 두려워 집에 남겼다. 이집트의 통치자가 된 요셉은 형들을 알아보았지만 형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요셉이 시므온을 붙잡고 베냐민을 데려오라고 하자 야곱은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러나 곡식이 떨어지고 유다가 베냐민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뒤에야 그를 보냈다. 요셉이 마침내 형들에게 자신을 밝히고 아버지를 데려오라고 했을 때 야곱은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하지만 요셉이 한 말을 듣고 자신을 데리러 온 수레를 본 뒤 마음을 되찾았고, 죽기 전에 요셉을 보겠다며 이집트로 떠났다.

브엘세바에서 하나님은 야곱에게 이집트로 내려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시며 그곳에서 큰 민족을 이루고 다시 올라오게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야곱의 온 가족은 가축과 소유를 가지고 이집트로 갔다. 고센에서 아버지를 만난 요셉은 야곱의 목을 오래 끌어안고 울었고, 야곱은 아들이 살아 있는 모습을 보았으니 이제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파라오 앞에 선 그는 자신의 나이가 백삼십 세라고 답하고 파라오를 축복했다. 야곱과 가족은 고센의 좋은 땅에 자리를 잡았고, 기근 중에도 요셉에게서 먹을 것을 공급받았다. 야곱은 이집트에서 십칠 년을 더 살았다.

죽을 때가 가까워지자 야곱은 요셉에게 자신을 이집트가 아니라 조상들이 묻힌 곳에 장사해 달라고 맹세하게 했다. 그는 요셉의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을 자기 아들처럼 받아들이고 축복했다. 요셉은 장남 므낫세를 야곱의 오른손 쪽에 세웠지만 야곱은 손을 엇바꾸어 오른손을 동생 에브라임의 머리에 얹었다. 요셉이 손을 바로잡으려 하자 야곱은 자신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열두 아들을 불러 각 사람에게 맞는 말과 축복을 전하고, 막벨라 밭의 굴에 자신을 묻으라고 다시 당부했다. 말을 마친 야곱은 침상에 발을 모으고 백마흔일곱 해의 삶을 마쳤다.

요셉은 아버지의 얼굴에 엎드려 울고 입을 맞추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야곱의 몸을 향료로 처리했고 칠십 일 동안 그를 위해 울었다. 요셉은 파라오의 허락을 받아 형제들과 집안사람들, 이집트의 관리들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올라갔다. 큰 장례 행렬은 요단 건너편에서 다시 이레 동안 애도한 뒤 헤브론 근처 막벨라 굴에 야곱을 장사했다. 그곳에는 아브라함과 사라, 이삭과 리브가, 레아가 먼저 묻혀 있었다. 발꿈치를 잡고 태어나 집을 떠났고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받아 돌아왔던 야곱은, 마지막에는 아들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이 지정한 조상의 묘지에 묻혔다.